하츠네 미쿠에서 수노 AI까지, K-POP 엔터테인먼트의 넥스트
들어가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역사는 제작 수단을 누가 쥐느냐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방송국 카메라와 송출 장비를 가진 쪽이 영상 콘텐츠를 지배했고, 출판사와 인쇄 설비를 가진 쪽이 만화 시장을 좌우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려면 큰 비용과 전문 설비가 필요했으니,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가 시장을 쥐는 게 자연스러웠던 거죠.
그런데 지난 십수 년 사이 이 구도가 곳곳에서 무너졌습니다. 유튜브가 나오면서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을 전 세계에 올릴 수 있게 됐고, 무엇을 볼지도 방송국 편성표가 아니라 시청자가 고르게 됐습니다. 웹툰 플랫폼 역시 출판사 편집부를 거치지 않고 누구나 만화를 연재할 수 있게 했고, 어떤 작품이 살아남을지는 독자의 반응이 정하게 됐죠.
만드는 수단과 고르는 권한이 소수의 손을 떠날 때마다 그 산업의 무게중심은 어김없이 움직였습니다. 만드는 일이 쉬워지면 먼저 만드는 사람이 바뀌고, 고르는 사람까지 바뀌면 무엇이 가치 있느냐를 따지는 기준도 달라집니다.
음악도 이 흐름에서 예외는 아닐 겁니다. 다만 음악에서는 이 변화가 한국보다 일본과 미국에서, 15년 넘는 시차를 두고 나온 두 사례로 먼저 드러났습니다. 하나는 도구로 시작해 거대한 음악 생태계가 된 하츠네 미쿠이고, 다른 하나는 글 몇 줄로 완성된 곡을 뽑아내는 AI 음악 서비스 수노입니다. 두 사례는 음악을 만드는 일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바꿔놓았고, 그 변화는 곡을 외부 작곡가에게 기대는 K-POP에도 그대로 닿을 수 있습니다.
1. 퀄리티 경쟁은 어떻게 자본 경쟁이 됐나
K-POP 아이돌의 완성도가 높다는 건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곡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안무, 무대 의상까지 어느 하나 대충 넘어가는 단계가 없죠. 저는 지금의 K-POP을 만든 동력 가운데 하나가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옆 회사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놔야 살아남는 환경에서, 기획사들은 제작의 거의 모든 단계를 끌어올려 왔습니다.
※ K-POP은 한국식 아이돌 문화 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썼습니다.

곡은 여러 작곡가를 한곳에 모아 며칠씩 곡을 쓰게 하는 송캠프에서 세계 정상급 작곡가들의 손을 거치고, 안무는 전문 디렉터가 짜며, 비주얼에는 패션과 영상 전문가가 붙습니다. 그렇게 K-POP은 노래 한 곡을 넘어 여러 분야를 묶은 종합 콘텐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