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천 원짜리 키링에 진심인 이유, 영수증에 찍히지 않는 서브컬처
들어가며
메가커피 카운터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같은 음료를 주문합니다. 한 사람은 목이 말라 가장 가까운 매장에 들어왔고, 다른 한 사람은 ‘원신’ 콜라보 소식을 보고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다만, 영수증만 놓고 보면 둘은 똑같은 고객입니다.
K-POP을 예로 들어볼까요? 같은 신곡을 들어도 누구는 한 번 듣고 플레이리스트에 넣는 걸로 끝이고, 누구는 그날부터 앨범을 구매하고 음악방송과 자체 콘텐츠를 챙겨 보며 콘서트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다른 팬들과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재미에 덕질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고요. 그래도 음원 차트에는 세 사람 모두 똑같이 재생 1회로 기록됩니다.
게임이나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렇게 무언가에 푹 빠진 사람들을 흔히 ‘고관여 고객’이라고 부릅니다. 좋아하는 대상에 시간과 감정을 많이 쏟는다는 뜻인데, 여기에는 ‘그러니 돈도 많이 쓸 것’이라는 기대가 따라붙습니다.
실제로는 열광적으로 좋아하면서 굿즈는 하나도 사지 않는 사람이 있고, 굿즈를 많이 샀다고 더 깊이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몇천 원짜리 키링 하나, 돈 한 푼 안 드는 스토리 한 편에 누구보다 진지해지는 사람도 많고요. 고관여라는 말은 이 사람이 무언가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까지만 알려줍니다.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죠.
서브컬처를 타깃으로 서비스나 IP를 만든다면, 먼저 서브컬처를 알아야 합니다. 팬이 무엇에 마음을 주는지 모르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팬이 원하던 것과 엇나갈 수 있고, 설정도 모르면서 ‘캐릭터만 빌려 장사한다’는 소리를 듣기 쉽죠.
애니풍 캐릭터만 넣으면 서브컬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캐릭터 일러스트 몇 장 걸어두고 서브컬처 서비스라며 내놓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하지만 그림체에 끌려 들어온 사람도 캐릭터를 알게 되고 나서야 지갑을 엽니다. 어떤 인물인지, 무슨 일을 겪어왔는지 알아야 몇 년씩 따라갈 마음이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같은 캐릭터를 좋아해도 빠지는 지점은 제각각입니다. 누구는 외모에 끌리고, 누구는 그 캐릭터의 서사에 마음이 갈 수 있습니다. 세계관이 좋아서 남는 팬도, 같이 떠들 사람이 있어서 남는 팬도 있고요. 그러니 서브컬처를 알려면 팬이 정확히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1. 같은 IP의 팬이라도 좋아하는 대상은 다르다
‘원신 유저’라고 다 같은 이유로 원신을 하는 건 아닙니다. 몇 년째 하는 플레이어 중에도 누구는 전투가 재밌어서 남아 있고, 누구는 다음 스토리와 세계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