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캐릭터 · 컴패니언
AI 엔터테인먼트 시장 관찰: '맞춤 추천'에서 참여형 공동창작까지, 캐릭터야말로 AI 시대의 핵심 자산
트렌드를 쫓아다니는 서퍼이자 시장 관찰자로서, 2023년 여름에 "AI 네이티브 게임은 넓은 의미의 UGC 패러다임 전환이며, 게임의 재미는 개발자, AI, 플레이어 세 주체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는 동안 기술 발전은 예상을 뛰어넘었고, 소셜미디어를 뒤흔드는 신선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에는 AI 로블록스, AI 컴패니언 같은 실체 없는 버즈워드와 노이즈도 넘쳐났다.
이 글의 핵심 관점은 이전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와 소셜 경험에 대한 사용자의 본질적 니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AI는 생산성 도구로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지는 않지만, 콘텐츠 전달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바로 개인화된 경험을 구현하고, '나만의 재미'(넓은 의미의 UGC)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추천 알고리즘의 '당신이 좋아할 만한' 판매 로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알고리즘은 결국 '모에 덕후는 다들 백발 빨눈을 좋아하겠지'라는 최대공약수를 찾는 방식이고, 점점 더 획일화되는 순수 소비 모델이다.
AI 시대의 개인화 경험은 '맞춤 추천'에서 '함께 만들기'로의 도약이다. 사용자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받아먹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공동창작자가 된다.
AI는 여기서 당신만을 위한 프라이빗 디렉터 같은 존재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당신'과 연결시켜준다.
01. 사용자, 제품, AI의 삼각 공생 관계
과거 소비 구조는 단순한 양자 관계였다. 제품이 콘텐츠를 공급하고, 사용자가 소비하며, 개발자가 경험을 직접 통제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역학이 필요해졌다. 사용자는 맥락(컨텍스트)을 입력해야 하고, 제품은 이를 바탕으로 선호도를 파악해야 하며, 개발자는 AI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 통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제품 철학은 '제품 vs 사용자'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서 '사용자-제품-AI'의 삼각 공생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좋은 경험은 개인화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하며, 제품과 사용자가 협력해 AI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 가장 큰 변수는 사용자다. 개인화된 경험을 얻기 위해 사용자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콘텐츠가 떨어지길 기다리지 않는다.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고 표현하며, 콘텐츠 공급의 한 축으로 참여한다. 이는 '창작'과 '소비' 사이에 더 자연스러운 두 가지 중간 상태를 만들어낸다. 바로 '공동창작자'와 '메이커'다.
역할의 변화는 사용자 마인드의 변화로 이어진다. AI 제품이 어떤 기존 제품과 경쟁하게 될지, 기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정보를 입력하는지', 그리고 '창작 과정'을 즐기는지 '최종 결과물'을 즐기는지에 따라 스펙트럼 상에서 사용자 심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

소비자: 어차피 기존 명작만 못하다
사용자가 아무런 입력 없이 그저 콘텐츠가 주어지길 기다리기만 한다면, 생성형 AI는 과한 도구다. 몇몇 재미있는 사례를 제외하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AI 결과물은 여전히 최상위 전문 콘텐츠를 따라잡기 어렵고, 결국 같은 링 위에서 싸워야 한다.
소라2가 꽤 재밌긴 하지만, 그냥 숏폼 영상을 보려는 거라면 틱톡을 보면 되지 않나? 스토리와 캐릭터, 표현력이 중요하다면 《러브 앤 딥스페이스》를 두고 굳이 AI 여성향 게임을 할 이유가 있나?
게임으로 보자면, 플레이어가 순전히 관람자로만 머물러 있을 때 AI가 사람이 만든 최고급 콘텐츠를 대체하리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더 중요한 건 먼저 탄탄한 게임 골조를 갖추는 것이다.
기본 경험이 충분히 좋으면서도 AI가 의미 있는 예측 불가능성으로 재미를 만들어낼 여지를 주고,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AI+GTA를 만들려면 먼저 GTA를 만들어야 하고, AI+심즈를 만들려면 먼저 심즈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어렵다.
간단 평가: 충분히 새롭지도 않고, 기존 명작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며, 정면승부를 해야 해서 기회가 제한적이다.
창작자: 타깃층이 너무 좁다
반대편에서는, 생산 책임을 전부 사용자에게 넘기고(전형적인 엔진 중심 사고) UGC 에디터만 제공하면 다음 로블록스가 될 거라 기대하는 것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일반 사용자는 자기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명확하게 표현하기도 힘들다. 제작 진입장벽을 낮춘다고 해서 니즈가 불분명하고 산발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진짜 창작형 사용자는 대부분 상당한 실행력과 명확한 니즈 파악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름은 UGC지만 실상은 PGC에 가깝다. 그들은 창작 그 자체를 즐기고, 부수적으로 사람들의 반응과 수익을 얻는다.
이런 프로필에 맞는 타깃 유저는 당연히 많지 않고, 상당 부분 겹친다. 《에그파티》나 《원신》 같은 게임 초기의 고퀄리티 UGC 맵을 보면, 상당수가 같은 제작자들 손에서 나왔고, 심지어 《마인크래프트》 초창기 맵 제작자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비슷한 미니게임, 비슷한 건축 스타일—뿌리가 같다.
초기 AI 게임 메이커 프로젝트들은 AI 툴체인을 통합해 개발 문턱을 낮추고 창작자 풀을 넓히려 했다. 하지만 숙련된 창작자들에게 진입장벽은 핵심 이슈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정밀한 컨트롤과 확장성이 더 중요하다.
AI는 겉보기엔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요구사항이 단순할 때는 AI 결과물이 괜찮지만, 복잡해질수록 기대에 못 미친다.
주류 업계에서는 워크플로우를 쪼개서 에이전트를 개발하려 시도 중이지만, 여전히 진성 창작자가 희소하다는 문제에 부딪혀 있고, ROI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간단 평가: 툴 중심 사고의 제품. 겉으로는 대중을 겨냥한 'UGC'를 표방하지만 실제 핵심 유저의 니즈는 'PGC'다. 기능만 잔뜩 쌓아봤자 고생만 하고 호응은 시들하며, 기회도 제한적이다.
메이커와 공동창작자
위의 역할들은 여전히 구시대 논리에 갇혀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개입하면서 창작과 소비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생성' 그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된다. 재미가 어디서 오느냐에 따라 두 가지 심리로 나뉜다.
하나는 결과를 즐기는 메이커 마인드다. 생성을 자기만의 소일거리로 삼는 것이다(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기도, 받기도 한다). 사용자는 머리 쓸 필요 없이(때로는 그냥 장난치듯) 낮은 비용으로 AI가 만들어낸 뜻밖의 결과를 얻는다. 랜덤박스를 여는 것 같은 재미다.
다른 하나는 과정을 즐기는 공동창작자 마인드다. 생성을 자기표현을 완성하는 수단으로 본다. 사용자는 가이드를 받으며 자신의 경험과 환상을 녹여내고, AI의 보완 능력을 활용해 개인화된 작품을 함께 만들면서 '중2병 영혼'을 구현하는 과정을 즐긴다.
메이커: 그냥 만들어보는 거, 킬링타임용 재미
표현욕이 왕성한 '창작'과 달리, '메이킹'은 소일거리에 가깝다.